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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과 전술

partner_jun 2022. 1. 29. 12:57

군 부대에서 자주 사용하던 단어로 전략과 전술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두 단어는 쉽게 혼용되는 단어인데(사회에서의 의미는 약간 다르므로), 나는 훈련소에서 두 단어의 차이를 듣고 꽤나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두 단어는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아래와 같이 설명된다.

전략과 전술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국가간 전쟁을 이기기 위한 전체적인 규모의 행동은 전략, 하나의 전장에서 전투를 승리하기 위한 행동은 전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서의 핵이 전술 핵미사일이라는 점을 떠올려보자)

전산병으로 근무하던 군 복무 시절 나는 다양한 AS 업무로 사단 본부에 가는 일이 잦았다. 특히 사단 본부 지하에 있던 사단 지휘통제실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대형 원탁과 수 많은 빔 프로젝터, 초대형 스크린 등으로 정기 점검을 나가야 할 정도의 규모였다. 그런 영화 세트장 같은 지휘통제실에서는 흥미로운 내용의 회의를 많이 했는데, 그 회의들이 앞서 말한 전략 회의였다. 진행되는 내용은 탈영병 생포나 사단간 모의 전투(주로 야전 지휘통제실에서 진행됐지만)등이 있었다. 나를 포함한 지통실의 많은 병사들은 회의가 길어질수록 지루함에 몸서리쳤지만 전투 병과에 있던 병사들에게는 끔찍한 군 훈련 강도에 아주 큰 차이를 주는 회의였다는 것을 군 복무가 끝나갈때쯤 되서야 알게 되었다. 다른 부대에 출장(?) 갔을 때 알게 되었던 것인데 전차 부대의 '아저씨'에게 '훈련나가면 어떤가요'라는 질문을 했었다. 그 때 들은 것은 '그냥 움직이면 끝나요', '가끔 멀리가서 힘들어요'라는 아주 단순한 답변이었다. 내가 사단 지휘통제실에서 보아온, 동그라미 쳐 진 'XXX 부대'의 화살표가 그들이 정말 이동해야 하는 거리이며 방향이었던 것이다. 지휘통제실에서 정한 그 전략에 따라 그들의 훈련이 하루가 될 때도, 일주일이 넘게 진행될 때도 있었다.


나는 사업은 전쟁이며 개발자는 전투를 담당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개발자는 전략과 전술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본다. 간단한 예로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입장에서 버튼의 위치 수정이나 노출되는 메시지 수정은 전술일 것이다. UX 제공이라는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요소이지만 사업이 성공하느냐에 직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때에 따라 로그 수집은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수집된 로그로 사업의 방향을 결정하며 투자받을 수 있는 하나의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 개발자가 진행하는 다양한 분야의 개발 업무는 전략, 혹은 전술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업무의 중요도를 파악해야 할 때 이 전략과 전술 중 전략에 해당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우선해서 진행한다. 사업에 전반적인 영향을 주는 업무는 평가자의 입장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할 확률이 높다(실제로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업무에 집중하여 성과를 냈을 때 상대적으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는 개개인의 평가뿐 아니라 팀 구조에도 적용된다. 중요한 업무, 대체할 수 없는 업무를 수행하는 팀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당연한게 아닐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개인의 회사생활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술에 해당하는 업무를 대충 수행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전쟁을 이길 수 있는 훌륭한 전략이 세워진다고 해도 각지의 전투에서 패배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술성' 업무는 필요한 경우 일정을 변경하거나 스펙을 줄이는 등, 조정을 요청했을 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렇게 구분할 수 없는 이상하거나 쓸모없는 업무도 있다. 무능한 리더가 길을 잃고 요구하는 명확하지 않은 업무는 실무자의 작업 시간을 늘리고 같은 작업을 반복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마치 군 부대에서 경험했던 소위 말하는 '뺑뺑이'를 돌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업무를 지시하는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구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라는 구분에서 '내가 지시하는 일이 무엇인지'로 변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업무 지시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지시하는 입장에서 단순하게 손이 비어 있는 순서대로 업무를 배분하는 것은 쉽지만 모두에게 동등한 가치의 업무를 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팀의 결속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업무를 계속해서 맡게 되는 팀원은 낮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불평과 불만의 표출, 그리고 팀 이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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