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를 읽고

partner_jun 2022. 11. 15. 22:14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딱딱하지만 도움되는, 문장이나 어휘, 맞춤법등을 예시와 함께 설명하는 파트와 '함인주'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운 일종의 소설 부분이다. 

 

문장에 대한 부분은 글쓰기에도 도움되며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던 어휘에 대해 되돌아보는 좋은 파트였다. 본래 글을 자주 쓰는 직업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코로나 이후 정착된 재택 근무로 다양한 사람들과 메신저로 소통하며 생기는 크고 작은 오해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단서가 될 지도 모른다. 특히 저자가 말하는 '깔끔하게 읽히는 문장'이 된다면 업무 자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 그 문제에 대해 나도 책임이 있다 -> 그 문제 나도 책임이 있다.
  • 서로에 대해 깊은 신뢰를 느낀다 -> 서로 깊은 신뢰를 느낀다.

위 두개 문장이 예시로 있던 '~에 대해'라는 표현은 나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던 표현이었다. 심지어 오늘도 메신저로 저런 표현을 보낸 것 같다.

 

내가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은 앞서 언급했던 가상의 인물을 통한 소설 부분이다. 소설도 쓰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경험을 각색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상의 인물과 메일을 주고받으며 진행되는 이야기인데 재미도 없고 얻을만한 이야기도 없다. 특히 작가의 시니컬한(좋게 말해) 표현으로 인해 갈수록 읽고 싶지 않았다. 난 참지 못하고 뒷부분은 포기해 버렸는데, 이 책을 손에 든다면 나와 같은 선택을 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작가의 글은 읽기 불편하다. 가장 큰 이유는 공격적인 표현이라고 본다. 커뮤니티적인 표현을 쓰자면 글은 이상하게 쓰면서 고집 센 어떠한 인물을 놓고 '쉐도우 복싱' 하는 듯한 포현이 많은데, 그 중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이렇게 쓰면 정말이지 뭔가 찜찜한 걸까', '그렇다면 ~라고 표현하면 되지 않는가. 아, 이때도 ~라고 쓰려나?' 이었다. 또 '~에 중독된 걸까?' 라는 표현이 많은데, 작가 자신이 '중독'이라는 단어에 '중독' 된 것 처럼 너무 자주 사용한다.

나도 짜증이 많고 공격적인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배운 것 중 가장 큰 것은 문장 표현을 고치는 방법이 아니라, 감정이 실리지 않게 부드러운 어휘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음. 책의 내용과 관계 없이 중요한 것을 배우고 나를 되돌아 보았으니 가치가 큰 책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작가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직업을 가지고 걸어온 길은 큰 족적을 남긴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작가는 문장 교정, 교열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오랫동안 일해왔지만 주기적으로 글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이 자기계발 서적에 가까움에도 굳이 소설 파트를 끼워넣은 점에서 그 편린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도 재미가 없다.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문장 자체가 즐겁지 않다. '깔끔한 문장'이 되기 위해 '쓸모없는' 표현을 빼버렸기 때문일지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는 글들은 대체로 '수준 떨어지는' 글이다. 어휘는 중복되고 문장은 더럽다.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더 재미있고 흥미를 끌며, 다음 문장을 기대하게 되기도 한다.

개발 업계에 비유하자면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하던 사람이 서비스를 개발한' 경우처럼 보였다. 이미 만들어진 것을 분해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하는 입장에서는 왜 이따위로 만들었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서비스를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하찮은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성향은 결과물의 차이로 나타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결과물은 '전문 분야'에 종사하는 개발자의 것이 더 낫다.